수험수기: 국악과(해금 전공) 17학번

정보 종류
교과학습
연락처
정보없음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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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세내용
'우리들의 공부하는 시간'에서 제공해주신 학습수기입니다.
아이프리-동호회-우리들의 공부하는 시간 으로 접속 가능합니다.


힘든 시기를 겪고 있을 후배들에게 해 주고 싶은 말

학교/ 전공: 수원대학교 국악과 해금 전공

안녕하세요? 앞에서 밝힌 대로 저는 2016년도에 수능을 응시한 학생이며, 현재 해금을 전공하고 있습니다. 저의 이야기는 실기 시험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으며, 이 점을 염두해두고 글을 읽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우선 실기 절략에 앞서 제 이야기를 잠시 해 보려 합니다. 저는 처음부터 국악을 전공하려고 한 사람이 아닙니다. 피아노를 통해 음악과 처음 만났지만, 두 동생이 있다보니 비용이 많이 드는 음악을 공부한다는 것이 제게는 무리수가 있었습니다. 영어를 좋아했고, 가르치는 것을 좋아했던 저는 영어 선생님이 되고자 마음먹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중학교에 막 입학하려던 그 즈음, 사극 드라마를 보며 해금 소리에 빠졌고, 단순히 취미로 음악을 접하자는 마음으로 해금과 함께 했습니다. 그러던 중 미국에서 공부할 기회가 주어졌었는데, 교회에서 해금을 연주할 일이 있었습니다. 어느 순간 연주를 하는 것이 즐거움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더군요. 좀 더 깊이 있게 음악을 공부해서 사람들에게 좋은 음악을 들려주는 것, 그것이 제가 음악글 전공하겠다고 생각한 이유였습니다. 그 때가 중 3 끝 무렵이었으니, 전공을 결정한 시기는 결코 빠른 편이 아니었습니다. 그 힘든 길을 왜 가느냐, 니가 굳이 음악을 하겠느냐 등등 반대의 의견들도 많았고, 선생님까지 너가 내 동생이었다면 음악 전공을 반대했을거라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지금은 그 말을 백번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그 때는 그 말이 큰 충격이고 상처였던 것 같아요. (이 다음 이야기는 추후에 다른 이야기를 통해 자세히 쓰도록 하겠습니다.)
그렇게 늦은 시기에 전공을 결정하고 대학 진학을 고민하는 고 3이 되었습니다. 갈 수 있는 대학을 알아봐야 하는데, 그저 막막하기만 했습니다. 인서울을 목표로 했을 때 국악과가 있는 대학은 6개가 전부였는데, 그마저도 대부분은 일반전형이었던데다가 초견 (악보를 그 자리에서 주고 본인이 악보를 읽으며 연주할 수 있는 능력) 시험을 요구하는 학교도 있었습니다. 입학처에 전화를 해서 상황 설명을 했는데, 원서를 지원한 다음 고민해볼 사안이라는 말도 안 되는 답변을 받고 싸우다가, 몇몇 학교에 응시할 기회조차 잃어버리고 말았습니다. 결론적으로 응시할 학교가 몇군데 되지 않았던 셈이지요.
실기만을 보는 학교 두 군데와 수능 최저가 있는 학교 한 군데를 선택하여 준비를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두 마리의 토끼를 다 잡기가 버거웠던 저는 6월달쯤 수능을 접고 실기에 매달렸습니다.
제가 가장 힘들었던 부분은 자세를 고치는 일이었는데요. 이 과정을 극복하려면 주변 사람들의 도움이 가장 많이 필요합니다. 레슨 때 배운 부분들을 혼자 고쳐나가고, 가족의 도움을 받아 선생님께 영상을 보내드린 후 피드백을 받는 방식으로 자세를 고쳤고, 지금도 그 과정을 겪고 있습니다. 한 번 잘못 들인 습관을 유지하다보면 그것이 굳어지기 때문에, 이 과정을 개선해야겠다는 본인의 의지가 가장 중요합니다.
이렇게 자세를 고치는 것과 더불어 자신의 소리를 예민하게 듣는 훈련을 해야 하는데, 이것이 두번째로 힘든 부분이었습니다. 이 부분을 해결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본인의 소리를 여러번 녹음해보고 들으면서 스스로의 소리를 피드백하는 것입니다. 선생님께 지적받은 부분을 연습하고, 끊임없이 녹음하며 선생님의 소리, 혹은 다른 연주자들의 소리와 비교해보는 것도 스스로의 소리를 피득핵해보는 것에 도움이 됩니다. 연습을 많이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소리를 듣는 것 역시 너무 중요한 훈련이라고 생각합니다.

3 4월달쯤이면 하나, 둘 콩쿨에 대한 공지가 올라옵니다. 콩쿨 풍년이 시작되는 시기이지요. 이 때 작은 대회여도 좋으니 최대한 많은 대회에 출전해 입시와 비슷한 환경을 익히고 연습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저는 3월부터 6월까지 대회란 대회는 다 나가본 것 같아요. 이 시기에 무대 공포증이 정말 심각하게 오기도 했습니다. 정말 손 발이 바들바들 떨려서 실력 발휘 한 번 제대로 해 보지 못하고 나왔던 경험이 한 두번이 아닙니다. 스스로를 컨트롤할 수 있는 방법을 이 과정을 겪으며 꼭 습득하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야 조금 편한 마음으로 시험에 임할 수 있어요. 입시 전에 약도 먹어보고, 별걸 다 해 봤는데 가장 중요한 건 스스로가 스스로를 컨트롤할 수 있는 능력인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저는 여러분들이 이 시기에 짜증을 내고 불평하기보다, 나와 함께 길을 걸어가는 가족들, 주변에서 많은 도움을 주시는 분들께 감사하며 하루하루를 버텨내셨으면 좋겠습니다. 나아가 한 해동안 대학의 합격만을 폭표로 하는 것이 아니라, 그 과정 가운데에 스스로를 사랑하고 타인을 존중하는 마음을 배우는 한 해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제가 이 이야기를 진심으로 할 수 있는 이유는 가장 중요한 시기인 8월, 대학을 포기할 뻔한 한 사건을 겪었기 때문입니다. 수능 원서 접수를 위해 사진을 찍으러 갔다가 받은한 통의 전화는 아빠가 돌아가셨다는 충격적인 사실을 통보하고 끊어졌습니다. 그 누구의 잘못이 아니었는데, 나는 무엇을 위해 살아야 하는지, 대학은 왜 가야 하는지 알 수 없었습니다. 삶의 의미를 찾을 수도 없는데, 수능 원서를 접수해야 한다는 현실이 우습게 느껴졌습니다.
그 힘들었던 시기에 주변 사람들의 응원과 사랑을 정말 많이 받았습니다. 아마도 그 때, 제 주위에 있는 사람들을 보면서 스스로를 위해 할 수 있는 최선의 것을 고민하게 된 것 같습니다. 멈추지 말라는 분들의 응원 덕분에 저는 다시금 대학 진학을 꿈꿀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합격 통보를 받고 생일과도 겹쳤던 졸업식은 그 어느때보다도 행복했습니다. 제가 스스로 해 낸 일이 아니라 함께 동행해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 힘들 때 그것만큼 힘이 되는 일은 또 없는 것 같아요! 만약 그 시기에 주변에 저를 응원해주시는 분들이 계시지 않았다면, 저는 무너지고 말았을테니까요. 힘든 시기이지만, 그럴 때일수록 함께 하는 이들에게 고맙다는 표현을, 스스로에게 애 쓰고 있다는 칭찬을 하는 여러분들이 되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정말 두서 없는 글을 이쯤에서 마무리할까 합니다. 너무나도 힘들고 외로운 길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 길을 대신 가 줄 수는 없지만, 항상 여러분들을 응원하고 있는 선배들이 있다는 사실을 잊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언젠가 사회에서 여러분을 만났을 때 여러분의 실력과 마음이 모두 성장한 모습이면 좋겠습니다. 건강한 어른이 되어 반갑게 만날 그 날을 기대하겠습니다. 그리고 여러분을 위해 두 손 모아 기도하겠습니다. 부족한 글 끝까지 읽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등록일
2022-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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