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험수기: 사학과 18학번

정보 종류
교과학습
연락처
정보없음
홈페이지
http://eyefree.org
상세내용
'우리들의 공부하는 시간'에서 제공해주신 학습수기입니다.
아이프리-동호회-우리들의 공부하는 시간 으로 접속 가능합니다.


안녕하세요. 연세대학교 사학과에 재학중인 18학번입니다. 저는 시각장애 3급으로 서울에 위치한 인문계 고등학교를 다니며 장애와 관련된 학업 방법이나 대학 입시 정보를 얻는데 많은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그래서 일반 고등학교 재학생 및 장애가 있는 수험생 분들이 시행착오를 덜 겪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제 경험을 나누려 합니다..
18년도 특수교육대상자 전형(수시)으로 연세대, 고려대, 성균관대 사학과에 지원 했고 연세대와 성균관대에 최종 합격했습니다. 이를 위해 내신 성적부터 자기소개서, 면접, 최저 점수를 맞출 정도의 수능 준비를 했습니다. 학업과 관련된 정보는 크게 두 파트로 나누어 말씀 드리겠습니다.

1. 전반적인 학습법 및 수능 준비
고등학교에 입학하니 수업 내용과 필기량이 급격히 증가해 이전처럼 선생님 말씀만을 필기하는 방식으로는 수업을 따라가기 역부족이었습니다. 친구들에게 무작정 도움 받는 것이 싫고 미안해 1학년 2학기에 태블릿 pc를 구입해 선생님들께 허락을 받고 칠판을 찍어 필기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칠판 필기를 놓치지 않고 스스로 필기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 입니다. 다른 전자기기나 보조 기기를 활용해도 좋습니다.) 또한 잔존시력을 발달시키겠다는 부모님의 의지로 어렸을 때부터 보조 기기를 거의 사용하지 않았고 결론적으로 제게는 효과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보조기기의 도움 없이 가까운 거리에서 글을 읽는 것은 가능했으나 시야각이 협소한 문제 등으로 비장애인에 비해 시간이 배로 드는 것을 무시할 수는 없었습니다. 그래서 중고 복사기를 얻어 모든 자습서와 문제집을 B4나 A3 용지로 복사했습니다. (시간을 아끼기 위해 부모님께서 많이 도와주셨습니다) 칠판을 찍는 모습이나 크게 인쇄된 종이는 비장애인 친구들에게 익숙한 모습이 아니었고 저도 처음에는 신경이 쓰였습니다. 하지만 저만의 공부 법이라 생각하며 스스로 당당하게 생활하니 친구들도 크게 관심을 가지지 않았습니다.
이런 학습법 외에도 시간을 아낄 수 있는 공부를 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시험 3주 전부터는 쉬는 시간에 전 수업 내용을 곧바로 복습했습니다. 또한 교과서나 수능 특강에 나오는 영어 지문을( 필요시에는 국어 지문도) 전부 암기해서 시험 시간을 절약했습니다. 또한 여러 번 읽는 것 보다 들으며 회독하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래서 고3부터는 수학을 제외한 학원을 다 끊고 메가스터디의 매가 패스를 끊어 인터넷 강의를 수강했습니다. 여러 번 듣는 방법은 특히 암기 과목에 효과적이고 이동시간이나 자투리 시간에 활용하기 좋았습니다. 고 2때까지 영어, 수학은 학원을 다니거나 대학생 과외를 받았고 학원의 경우 칠판 필기가 없고 평소에는 자습형태로 문제를 풀다가 질문과 개념 설명은 1 대 1 로 들을 수 있는 곳을 다녔습니다. 국어 과외는 정확한 명칭이 기억 않으나 장애인을 대상으로 차비 정도만 받고 과외를 해주는 곳으로부터 받았습니다.
수시를 준비하는 분들에게 내신 성적이 1순위로 중요하지만 특수교육대상자 전형의 경우(18년도 수시 기준) 학생종합부 전형처럼 생활기록부를 봅니다. 따라서 내신 성적 못지않게 중요한 부분이 비 교과 활동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고등학교 입학 당시부터 사학과라는 확고한 목표가 있어 역사 심화 동아리를 조직해 활동하고 역사 관련 봉사활동과 독서활동 등을 3학년까지 꾸준히 했습니다. 또한 한 분야에만 집중된 생기부를 만들지 않기 위해 시사경제 동아리, 독서 토론 동아리, 국제 교류반, 영재 학급, 소논문 쓰기, 멘토 멘티 활동, 학교에서 주최하는 각종 대회 참여 및 입상 등을 했고 결과적으로 자소서와 면접에서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여기서 말하고 싶은 것은 아직 목표로 하는 과가 없거나 계속해서 꿈을 찾고 있는 중이라고 무기력하게 있지 말고 어떤 활동이라도 좋으니 시도해 봤으면 한다는 것입니다. 경험을 하면서 적성을 찾을 수도 있고 어느 방향에서든 자소서나 면접에서 활용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길 겁니다. 그리고 학기말에는 본인이 한 활동과 세부능력특기사항이 잘 작성되었는지 반드시 확인해야 합니다.
혹시나 장애가 있는데 할 수 있을까 라는 걱정이 된다면 가족이나 친구에게 도움을 요청해도 좋습니다. 저도 초반에는 부모님과 함께 봉사활동을 다니며 혼자 할 수 있는 활동이 무엇인지 알아보았고 친구들과 교내 활동을 하면서 때로는 도움을 받고 제가 이끌어 가기도 하면서 주도하는 힘과 용기가 생겼습니다. 학업이나 비 교과 활동에 있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하다면 학교마다 분위기가 다르겠지만 선생님께 상담을 받아보는 것을 추천합니다. 특수 학급을 담당하는 선생님이 계시면 더 좋습니다. 선생님께 무작정 찾아가는 것이 부담스럽다면 처음에는 수업에 대해 질문하러 가는 것도 방법입니다. 그러나 사정이 여의치 않다면 이곳 ‘KOFA’나 인터넷 카페 ‘특별전형 지원자의 모임 SERA’에서 도움을 받아보세요, 특히 장애인 대학 입시에 대해 자세히 아는 선생님들은 많지 않을 테니 입시 관련해서는 위의 두 곳에서 정보를 찾는 것이 좋을 듯 합니다.
수능 준비는 최저 점수를 맞추는 것이 목표였기 때문에 본격적인 준비는 고3 겨울방학부터 시작했습니다. 최저를 맞추기는 했지만 사회 탐구 영역을 제외하면 아주 우수한 성적으로 수능을 치른 것이 아니기에 대략적인 준비 과정만 적도록 하겠습니다. 사탐은 동아시아사와 세계사로 정하고 겨울방학 동안 기본 개념 인강을 들었습니다.(세계사는 고2 때 학교에서 수업을 했기 때문에 사실상 고3때 어느 정도 지식이 있는 상태여서 공부가 수월했습니다. 그래서 한 과목 정도는 고3이 되기 전에 공부하기를 추천합니다) 사탐은 가장 좋아하는 과목이어서 틈나는 대로 암기하고 기본기가 어느 정도 쌓이고 나서는 기출문제를 병행하며 부족한 부분을 보충했습니다. 너무 지치는 날에는 사탐 인강만 반복해서 듣기도 했습니다. 내신이든 수능이든 문제를 반복해서 많이 풀었을 때 시험 문제에 쉽게 적용할 수 있었습니다. 수학은 공부량에 관계없이 4등급이 나왔기 때문에 기출만 조금씩 풀고 국어와 사탐으로 최저를 맞추기 위해 더 많은 시간을 할애했습니다.
자습이 많은 3학년 2학기부터는 문제 풀이 시간을 제거나 실제 시험과 동일한 순서로 문제를 풀어보았습니다. 가끔씩은 긴장감을 유지하고 빠르게 풀기 위해 비장애인 학생들의 시험 시간에 맞춰 문제를 풀어보기도 했습니다. 시험 한 달 전부터는 시험 시간을 연장했을 때 기준(1.5배)으로 사탐을 보는 6시 정도까지는 낮잠을 자지 않으며 몸이 수능 날에 적응 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너무 피곤한 날에는 스탠드 책상에서 공부하거나 노래를 들었습니다. 지진으로 인해 수능이 일주일 연기되기는 했지만 꾸준하게 들여놓은 습관 덕분에 수능 날 안정적으로 시험을 치렀습니다. 마지막으로 시각장애가 있어 시간을 연장해 따로 수능을 보는 분들이라면 반드시 기억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다른 친구들은 원서를 학교에서 일괄적으로 걷어가지만 저희는 따로 담당 교육청에 가서 제출해야 합니다. 저는 이 사실을 모르고 있다가 원서 접수 마감 날 알게 되어 아슬아슬하게 제출했지만 하마터면 수능을 못 치를 뻔 했습니다…. 그러니 학교에서 설명해주지 않아도 꼭 꼭 확인해주세요.
2. 자기소개서와 면접 후기
자기소개서는 고3 겨울 방학에 1,2,3번 공통 질문을 찾아 주제를 생각해 두고 여름방학 동안 학교에서 하는 자소서 특강을 들으며 글을 작성했습니다. 장애로 인해 겪었던 시행착오와 경험 그리고 소논문 작성이나 동아리 조직처럼 의미 있었던 활동을 적절히 분배했습니다 사람들마다 중요하게 여기는 부분이 다르기 때문에 자칫하면 통일성 없는 자소서가 만들어질 수 있다고 여겨서 2학기에는 제 이야기가 담긴 자소서를 만들기 위해 선생님 두 분께만 첨삭을 받았습니다.. 첨삭은 자잘한 것까지 포함해 대략 10변 정도 받았습니다. 자소서 각 문항에서 요구하는 바를 잘 작성했는지부터 오타 없이 글을 매끄럽게 마무리했는지 까지 많이 다듬고 확인해야 합니다. 장애와 관련된 부분은 너무 강조하거나 전혀 표현하지 않는 것은 좋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면접으로 합격한 케이스가 아니기 때문에 면접은 간략하게 적겠습니다. 면접 준비는 학교에서 진행하는 면접 대비 반을 이용했습니다. 선생님 2분이 질문하는 형식으로 진행된 4차례의 모의 면접에서 생기부와 자소서에서 어떤 유형의 질문이 나오는지, 면접에서 조심해야 할 점 등을 미리 알 수 있었습니다. 면접 대비 반이 끝난 후에는 50여개의 질문을 만들고 친구들과 모의 면접을 진행했습니다. 면접은 혼자 연습하지 마시고 학교나 친구들과 함께 해보는 것을 추천합니다. 실제 면접에서는 공통 질문 1개와 생기부 및 자소서와 관련된 질문을 여려 개 받았습니다. 그 중 장애로 인한 문제를 어떻게 해결했고 대학교에서는 어떤 식으로 공부할건지를 물어봤으니 참고해주세요. 제 사견이자만 당연히 도움을 받아야 한다는 표현이나 장애에 대한 불만을 이야기하기 보다는 자신감 있는 모습과 스스로 문제를 해결해 나갈 수 있다는 해결 능력을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글을 적다 보니 세세한 공부 법 보다는 저시력 시각장애가 있을 때 활용할 수 것들을 위주로 적게 되었네요 위의 수기는 제 경험이지 정답은 아니지만 몇 분에게라도 도움이 된다면 좋겠습니다. 한자성어 중에 ‘일인능지기백지’ 라는 표현이 있습니다. 남들이 한 번에 해서 성공하면 나는 백 번을 해야 성공한다는 뜻 입니다. 저도 이 글에 적지는 않았지만 정말 힘든 시간도 있었고 왜 나는 더딜까 불평한 적도 있습니다 하지만 불평한다고 달리는 지는 것은 없었습니다. 그래서 남들과 비교하지 않고 제 상태에 집중해 반복하고 노력했습니다. 그래서 결국 원하는 결과를 얻었고 거기서 오는 기쁨은 상상하던 것 이상이었습니다. 그러니 수험생 여러분들도 더디다고, 한 번에 안 된다고 포기하지 말고 꼭 좋은 결실 맺었으면 좋겠습니다. 눈 앞에 보이는 문제들을 하나 하나 해결해 나가다 보면 3년 금방 지나있을 거에요!
등록일
2022-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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