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험수기: 문예창작과 19학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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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들의 공부하는 시간'에서 제공해주신 학습수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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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예창작과에 입학하기까지
추계예술대학교 문예창작과 - 정시 지원자이며 2018년 11월 15일에 실시된 대학수학능력시험을 보았습니다.
음악과 문예, 내가 어렸을 때부터 좋아한 예술이다. 노래를 부르는 일, 글을 쓰는 일이 나의 취미였다. 그러나 나는 초등학생 때 다른 아이와 나를 비교했고 나에게 재능이 없음을 느꼈다. 노래나 글쓰기는, 취미였을지는 몰라도 특기는 아니었다.
나의 취미는 참 질겼다. 조금씩의 변화만을 보인 채 나에게 꼭 붙어 있었다. 고등학생 때에는 부르는 노래의 범위가 넓어져 있었고 ‘작가’라는 꿈이 ‘시인’으로 구체화되어 있었다. 그랬다는 사람이 글쓰기를 거의 배우지 않은 상태로 대학교 입학 실기 시험 일반 전형에 지원했다. 자신이 있었던 게 결코 아니다. 나는 예술고등학교 문예창작과에 대해 너무 늦게 알았고 학원 수업이 고려되었지만 어쩌다 보니 학원에 다니지 못했다. 그렇다면 노래는 어디로 갔는가? 어디로 간 게 아니라 내가 노래를 글쓰기보다 더 못했을 뿐이었다.
2018년 11월, 나는 ‘대학수학능력시험’이라는 고비를 앞두고 있었다. 그러나 나에게 찾아온 큰 고비는 그 시험이 아니었다. 어느 날, 학교에서 잠시 인터넷을 할 수 있는 상황이 되어 글쓰기 대회의 결과를 확인했다. 나의 이름은 없었다. 대회에서 입상하지 못한 건 그 때가 처음이 아니었다. 그런데 그 익숙한 일 때문에 참 괴로웠다. 나는 주위 사람들이 다른 진로나 다른 학과를 권했음에도 문예창작과에 가고자 했고, 상황상 수시보다 정시가 나을 듯하여 정시를 기다렸다. 그 정시가 다가오고 있는데 대회에서 입상하지 못했다. 상을 받지 못했다는 사실 자체보다는 처한 상황 때문에 괴로웠던 것 같다. 그만두어야 하나.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그만둘까 고민했던 다른 사람들의 마음을 그 때 제대로 이해했다. 나는 학교에서 누구에게도 티를 내지 않았고, 그 와중에도 잠깐의 노래 연습에는 참여했다.
그래서 내가 실기 시험을 보지 않았느냐 하면, 아니었다. 글쓰기를 그만둔 건 더욱 아니었다. 내가 실패를 발판삼을 줄 아는 사람이어서? 그것도 아니었다. 그저, 그만둘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좋아하는 일을 향한 마음은 마음대로 접히지 않았다. 글쓰기로 인해 괴로워져도 글을 쓰는 사람이, 그런 내가 어떻게 글을 쓰지 않을 수 있단 말인가. 노래든 글쓰기든, 그것들로 인해 내가 힘들어질 수는 있어도 나의 삶에서 그것들이 사라질 수는 없었다.
그렇다 해도 정시 원서 접수를 하려니 또 괴로워졌다. 나는 어느 학교에 지원할지를 쉽게 결정하지 못했다. 그 사이에도 시간이 흘러 원서 접수 마감이 자꾸만 임박해졌다. 자신이 없었지만 문예창작과에만 매달렸다. 심지어 특정 대학교 문예창작과에 꼭 지원해야 할 것 같은 마음까지 가져 버렸다. 실기 시험이 있어서 비교적 높은 금액의 원서비가 요구되었음에도 불구하고, 합격할 자신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곳에 원서를 접수하기로 했다. 2019년 1월 3일, 원서 접수가 마감되기 전에 나의 원서는 제출되었다.
미련을 남기고 싶지 않아 지원한 그곳은 대부분의 문예창작과 전형이 그렇듯이 장애인을 대상으로 하는 전형이 없는 곳이었다. 그래서 다음 날에 장애인 증명서를 따로 제출했다. 연락을 받은 엄마가 금방 다녀오실 수도 있었지만, 나는 일부러 학교에 가시는 엄마를 따라갔다. 앞으로는 그곳에 갈 일이 거의 없을 테니 잠깐의 방문이라도 더 해 보고 싶었던 것 같다.
나는 노트북으로 실기 시험을 보기로 했다. 점자정보단말기를 쓰는 것이 익숙하지만, 감독하시는 분이 노트북의 커다란 화면을 통해 나를 감독하시는 것이 더 나을 것 같아서였다.
실기 시험 날, 학교로 향하며 신춘문예 당선작을 읽었다. 아주 오랫동안 그렇게 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집과 학교는 같은 구에 있었다. 시험 직전에 시를 읽으면 시험 결과가 좋은가? 그렇다고 답할 수 없다. 애초에 그 실기 시험은 벼락치기 공부로 점수를 올릴 수 있는 시험이 아니었다.
문예창작과의 실기 시험을 보는 수험생은 주어진 조건에 맞는 글을 주어진 시간 안에 써야 한다. 그 ‘조건’이라는 것이 참 다양한데, 일상에서 별 생각 없이 썼을 단어 하나가 작품의 제목으로 주어질 수도 있고 상상해 본 적 없던 상황이 소설의 첫 부분으로 주어질 수도 있다. 그리고 소설의 경우 원고 분량에 대한 조건까지 붙는다. 조건이 주어진 다음에는 시간이 흐를 뿐이다. 어려운 문제가 주어져서 당황하는 중에도, 작품을 구상하는 중에도 시간은 계속 흐른다.
나는 시를 택했다. 주어진 시간을 거의 다 쓰고 나왔음에도 나 자신에게 실망하고 말았다. 그래서 차 안에서 혼자 울었다. 솟아날 구멍이 있다는 말도 알았고 돌아가도 늦지 않다는 말도 알았다. 그런데 나는 자신의 삶을 스스로 개척해야 한다는 말도 알았다. 어떻게 해야 한단 말인가. 내가 원하는 곳에 지원했지만, ‘미련’이라는 단어로는 부족할 커다란 비참함이 찾아오고 말았다.
합격을 기대하지 않았다. 조금의 기대도 없었다고 써도 될까. 그러니까, 그 이전에 대회에 나갔을 때와는 확실히 달랐다. 막연한 기대를 품은 채 수험 번호를 입력하는 일 같은 건 하지 않았다. 엄마는 적어도 나보다는 기대를 많이 하신 듯하다. 내가 컴퓨터를 하며 놀고 있었을 때, 갑자기 엄마의 높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합격했다고? 그럴 리 없었다. 그런데 합격했다는 알림창은 몇 번을 다시 열어도 그대로였다.
나의 합격은 아직도 커다란 물음표로 남아 있다. 왜 나일까? 내가 쓴 시에 드러난 생각을 마음에 들어하셨나? 실수를 한 것 같았는데. 나를 뽑은 사람들의 안목을 함부로 의심하고 싶지 않지만, 그럼에도 나는 아직까지 이 커다란 물음표를 놓지 못했다.
좋아하는 일을 향한 마음이 접히지 않았다. 나는 접히지 않는 마음을 그대로 두었을 뿐이었다. 앞으로도 그렇게 하고 싶다. 이루기 힘든 일을 꿈꾸는 것도 괴롭지만, 자꾸만 펼쳐지는 꿈을 억지로 접어 버리는 것이야말로 아주 괴로운 일일 테니.
어제도 노래를 불렀다. 오늘도 글을 쓴다.
- 등록일
- 2022-11-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