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험수기: 시스템생물학과 19학번
- 정보 종류
- 교과학습
- 연락처
- 정보없음
- 홈페이지
- http://eyefree.org
- 상세내용
-
'우리들의 공부하는 시간'에서 제공해주신 학습수기입니다.
아이프리-동호회-우리들의 공부하는 시간 으로 접속 가능합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연세대학교 시스템생물학과에 재학 중인 학생입니다. 저는 시각장애 2급에 해당하는 시각장애인이며 일반 초중고등학교를 졸업했습니다. 다수의 시각장애인 학생들이 특수학교에 다니고 있지만 일반 학교를 다니고 있는 소수의 학생도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런 학생들의 경우 주위에서 받을 수 있는 도움이 특히나 한정적일 수밖에 없고 대학입시에 큰 어려움이 있다는 것을 저 역시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 자리를 통해 2018학년도와 2019학년도에 치렀던 2번의 수능 후기에 관해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제 후기가 사소하더라도 여러분에게 도움이 되길 간절히 바라고 있습니다.
우선 2018학년도 수능의 경우, 저는 고3이라는 현역 신분으로, 2019학년도 수능의 경우 재수생 신분으로 수능을 치렀습니다. 저는 전맹이 아니었기에 확대된 시험지를 받았으며 1.5배 연장된 시험시간으로 수능을 치렀습니다. 시험 전날에 시험 당일 사용한 확대 기구 혹은 독서대 등을 시험장에 설치할 수 있었는데, 저의 경우 독서대를 설치했었습니다. 시험 당일날 저는 저 혼자만 있는 교실에서 시험을 보게 되었습니다. 흔히 수험장에 입실에서 국어 시험이 시작되기 전까지 수험생들이 가장 긴장하는 순간이라고 이야기합니다. 하지만 저는 큰 긴장이 되지 않았습니다. 이전에 고3 담임선생님께서 해주신 이야기 덕분이었습니다. 담임선생님께서는 국어 시험이 시작되기 전까지 감독관 선생님들도 할 일이 없기에 시험지 개수를 세거나 시간을 확인하는 등의 행동을 반복한다는 이야기를 해주셨습니다. 그런데 정말 선생님의 말씀처럼 당시 감독관 선생님들도 같은 위와 같은 행동들을 반복하고 있었습니다. 덕분에 국어 시험이 시작되는 순간에도 긴장하지 않고 마음을 가다듬을 수 있었습니다.
점심시간에 먹을 수 있는 도시락으로는 평소 입맛이 없더라도 잘 먹을 정도로 좋아하는 음식을 싸가는 것을 추천합니다. 저의 경우 햄김치볶음밥과 긴장을 풀어줄 수 있는 따뜻한 된장국을 준비해갔습니다. 당일날 식욕이 있을지 없을지는 아무도 모를 일입니다. 시험 결과가 생각보다 좋아 기분이 좋아 입맛이 당길 수도 있지만, 긴장이 풀리지 않아 음식이 당기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많은 장애 학생들이 연장된 시간 동안 시험을 치르며 점심시간 이후에도 많은 시간 동안 집중력을 유지해야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입맛이 없더라도 점심을 거르지 않기 위해 평소 좋아하는 음식을 준비해갈 것을 추천합니다.
제가 2번의 수능을 치르면서 가장 당황한 순간은 바로 영어 듣기 시간이었습니다. 저처럼 한 교실에서 시험을 치르는 학생 수가 극히 적은 경우 그 학생을 위한 자리 외의 책상과 의자는 정리해놓는데, 이럴 경우 교실에 존재하는 물건이 적어 소리가 울리게 되고 영어 듣기 파일이 평소 듣던 것보다 훨씬 울리면서 부정확하게 들릴 수도 있습니다. 이런 가능성을 미리 생각하지 못했던 저의 경우 당혹감이 커서 현역 때에는 듣기에 집중하지 못하기도 했습니다. 그렇다고 크게 걱정할 것은 없습니다. 아무리 소리가 울리더라도 당황하지 않고 집중한다면 문제를 푸는 데에 큰 문제가 없기 때문입니다. 이 글을 읽는 여러분들은 이런 가능성을 염두에 두시고 만약 저와 같은 상황에 마주하더라도 침착함을 잃지 않고 영어 듣기에 집중하시길 바라고 있습니다.
영어 시험까지 마무리했을 때 피로가 몰려올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리고 이 순간부터 집중력을 놓지 않는 게 유종의 미를 거두는 가장 큰 포인트라고 생각합니다. 전 탐구를 치르기 전에 신 젤리나 초콜릿 등을 책상에 올려놓고 피로가 몰려올 때마다 올려놓은 음식들을 먹었습니다. 그리고 시험장이 너무나도 건조했기에 인공 눈물을 수시로 넣어주기도 했습니다. 눈이 건조하면 집중력이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탐구밖에 남지 않은 순간 대다수의 학생은 수능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생각 때문에 마음이 흔들리기 쉽지만, 수능은 시험장을 나오는 순간이 진정한 끝이라는 것을 명심하시길 바랍니다.
2번의 수능을 치르면서 제가 개인적으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흔들리지 않는 정신력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재수생 신분으로 치렀던 2019학년도 수능의 경우 저는 국어 과목을 만점을 목표로 공부해왔었습니다. 6월, 9월 모평에서도 98점이라는 높은 점수를 받았으며 많은 사설 모의고사에서도 만점에 가까운 국어 점수를 받았습니다. 하지만 수능 난이도도 국어 수능 시험 사상 최고로 어려운 수능이었을뿐더러 국어 시험 도중 피곤을 이기지 못하고 조는 일까지 발생했었습니다. 1년 동안 준비한 시험이었고 긴장도 배가 된 만큼 국어 시험을 마쳤을 때 불안감과 허탈감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곧바로 국어는 망했지만 다른 과목으로 만회해야겠다며 결과를 털어내 버리고 다음 과목인 수학을 준비했었습니다. 결과적으로 2019학년도의 수능 결과로서 국어보다 수학, 영어, 그리고 탐구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습니다. 여러분들도 예상치 못한 시험 난이도나 결과로 정신력이 흔들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크게 걱정하지 않으시길 바랍니다. 결과를 받아들이고 남은 시험을 침착하게 준비한다면 여러분의 실력이 빛을 발하게 될 것임을 제 경험을 통해 확신했기 때문입니다.
장애인으로서 수능을 준비한다는 것은 비장애인보다 몇 배는 힘든 길임을 저 역시 잘 알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남들보다 몇 배는 고된 길을 걷고 그 끝에 섰을 때 누구보다도 큰 성취감을 느끼게 될 것도 잘 알고 있습니다. 이 글을 읽는 여러분들이 목표하고 있는 대학, 학과, 그리고 꿈에 더 가까워지길 간절히 바라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수고 많으셨고 앞으로도 지치지 않고 노력할 수 있길 바랍니다. 끝까지 읽어주셔서 정말 감사힙니다.
- 등록일
- 2022-11-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