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험수기: 교육학과 19학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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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공부하는 시간'에서 제공해주신 학습수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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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시청각장애 대학생의 입시 후기
안녕하세요. 저는 현재 서울 모 대학의 교육학과 2학년에 재학중인 학생입니다. 제 경험이 부족하나마 이 글을 읽으시는 후배님들과 선생님들, 학부모님들 그리고 관계자 분들께 참고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이렇게 수기를 쓰게 되었습니다.
우선 간략하게 제 소개를 하도록 하겠습니다. 저는 전맹 시각장애(1급)와 심․고도난청성 청력장애(3급)를 가지고 있습니다. 유치원부터 고등학교까지 쭉 서울의 모 시각장애학교(이하 맹학교)에서 공부했고요. 평소 보청기와 인공와우를 사용하고 있고 좁은 공간에서 대화하거나 수업을 듣는 데는 큰 지장이 없지만, 환경의 제약을 많이 받는 편입니다. 점자 읽기와 쓰기, 컴퓨터와 점자정보단말기(이하 한소네) 사용에 능숙하지만 청력장애로 인해 화면낭독프로그램을 활용하여 공부하는 데는 한계가 있습니다. 그래서 학창시절 교과서와 자습서를 읽는 것부터 수능 공부, 실제 수능 시험 등에 대부분 점자를 활용했습니다.
수능 영어영역에서는 시청각장애인으로서 듣기 스크립트를 제공받은 첫 학생이기도 합니다. 현재로서는 이를 위해 청각장애 등급이 반드시 있어야 하고, 이외에도 상당히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감사하게도 모교 선생님 한 분께서 관련 기관의 관계자 분들과 직접 소통하시는 등 여러모로 애써주셨고, 결국 평가원 모의고사와 수능 모두에서 스크립트를 제공받아 시험에 응시할 수 있었습니다.
이제 본격적으로 ‘수능 준비 TIP’, ‘수능 실전 후기’, ‘자기소개서와 면접’ 순으로 학창시절 제게 도움이 되었던 노하우들과 저의 경험들을 적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지금부터는 편의상 후배님들을 주 독자라 생각하고, 후배님들이 좀더 편안하게 읽을 수 있도록 문체를 전환한다는 점을 미리 밝힙니다.
1. 수능 준비 TIP
글을 시작하기에 앞서, 짚고 가고픈 것이 하나 있어요. 이 글을 읽고 있을 후배님들은, 우리가 수능을 준비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탄탄한 기본기와 건강한 체력? 장시간 공부할 수 있는 집중력과 끈기? 본인을 서포트해 줄 수 있는 주변 환경?
모두 중요하고 필요하겠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본인의 하고자 하는 의지’라고 생각해요. 모든 것이 손쉽게 주어진다고 해서 의지가 생기는 것도 아니고, 열악한 환경에서도 주위에 도움을 청해가며 공부한 사례들이 있으니까요. 사실 장애의 유무와 상관없이 수능은 ‘나 자신과의 싸움’이라고들 하잖아요. 현실적으로 교재를 구하는 것에서부터, 비장애인들보다 조금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것이 사실이기도 하고요. 그러니 기왕 하는 거, 마음 단단히 먹고 부딪혀보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결과가 어떠하든 돌아보면 과정 자체로 큰 자산이 되어 있을 거예요.
저는 2019학년도(2018년) 수능 응시자이고, 제가 응시했던 과목은 시험이 진행된 순서대로 국어, 수학, 영어, 한국사, 사회탐구 2과목(생활과윤리․세계지리)과 제2외국어(일본어)예요. 물론 모든 응시자들이 그랬겠자만, 처음부터 끝까지 시험지를 손으로 읽으며 풀어야 했기에 상당한 체력과 집중력이 필요했지요. 이제부터는 위의 각 영역들에 대해 좀더 자세하게 이야기해 볼게요.
- 국어: 국어영역은 특히 제한된 시간 안에 긴 지문을 독해하고 문제를 풀어야 하기에 체계적인 공부가 필요해요. 더욱이 수능이 시작되자마자 치르는 첫 영역인 만큼, 조금이라도 더 자신감을 가지고 시험에 임할 수 있으면 좋겠지요. 그런 면에서 제게는 모 특수교육학원에서 2년간 배운 것이 큰 도움이 되었어요. 안타깝게도 현재 학원은 폐원되었지만, 제가 배운 방법을 글로나마 간략히 소개하면 이렇습니다.
먼저 ‘글을 읽는 6가지 원리’에 따라 다양한 영역의 지문을 읽는 연습을 했어요. EBS나 시중에는 ‘비문학 독해 원리’로 소개되어 있지만, 문학이나 화법과작문 등 다른 영역의 지문에도 적용해 볼 수 있거든요. 이와 함께 각종 비문학․문학 지문을 읽고 문단별 중심내용과 주제, 시어의 의미, 소설에서의 갈등 양상 등 주요 포인트를 파악하는 훈련을 하며 기본기를 다져나갔어요.(실전에서 어떤 작품이 나올지 알 수 없기에, 작품에 대한 배경지식을 쌓기보다 작품 자체를 분석하는 눈을 기르는 데 중점을 두었지요.) 독해의 기본, 사소한 듯 보일 수 있지만 실전에서 지문을 빠르고 정확하게 읽어내는 데 필수적이기에 충분한 시간을 들여 연습할 것을 권하고 싶어요.
이렇게 어느 정도 지문 읽기 연습을 하고 난 뒤부터 본격적으로 문제풀이에 들어갔어요. 지문을 읽기 전 문제의 발문과 선지를 먼저 분석해 문제에서 묻고자 하는 바를 키워드로 요약한 다음, 이를 지문과 대조해 적절한 시점에 문제를 풀어내는 훈련을 한 것이지요. 이렇듯 문제를 먼저 분석하면, 지문을 통째로 혹은 여러 번 읽을 때기보다 필요한 부분을 중심으로 선지와 비교해 풀 수 있어 시간 절약에 큰 도움이 돼요. 지문을 읽지 않고도 선지와 보기, 혹은 선지 간의 논리적 관계만으로 문제가 풀리기도 하고요. 물론 이렇게 하기 위해서는 많은 연습과 지속적인 지도가 필요한 것이 사실이에요.
화법과작문은 비문학이나 문학 파트에 비해 지문의 길이도 짧고 문제도 비교적 쉽다고 느낄 수 있지만, 그런 만큼 이 파트에서 많이 맞고 가는 것이 중요하니 이 역시 소홀히 해서는 안 돼요.(그랬다간 저처럼 막판에 화작에서 줄줄이 틀리는 사태가 일어날지도 몰라요.) 문법 역시 기본 개념을 잘 잡아놓으면 꽤 많은 문제를 어렵지 않게 풀 수 있어요. 아마 EBS 윤혜정 선생님의 ‘개념의 나비효과’만 열심히 들어도 정말 도움이 많이 될 거예요. 주요 문법 개녀뿐 아니라 시와 소설, 비문학 파트까지 총망라하며 여러 꿀팁들을 많이 알려 주시거든요.
그런데 여기서 하나! 고전, 특히 고전시가는 고어를 모르면 문제 자체를 풀 수 없기에 현대어 해석과 대조해가며 읽어두는 걸 추천해요.(중요 고어는 개념의 나비효과에서 다루어주시니 잘 정리해두고요!) 우선 수능연계교재에 있는 작품은 가능하면 전문을 봐두고, 여유가 된다면 국어 교과서나 다른 EBS 교재에 있는 작품들도 읽어보면 실전에 도움이 될 거예요. 인터넷 카페 등에 고전시가 전문이 꽤 많이 올라와 있는데, 고어들은 한소네로 바로 읽으면 깨지는 경우가 많으니 정안인이나 복지관에 타이핑을 부탁할 것을 권해요.
- 수학: 저를 포함해 시각장애를 가진 많은 후배님들이 어려워하는 과목이 시학이에요. ‘수학 공부할 시간에 다른 데서 점수를 얻자’는 생각에 포기하는 학생들이 많은 것도 사실이지요. 하지만 사회탐구 영역이 한두 문제 차이로 등급이 갈리는 경우가 많은 데 비해, 수학은 혹여 한두 문제 더 틀리더라도 그 타격이 상대적으로 덜한 것 역시 사실이에요. 그래서 교과서에서 다루는 내용을 소화할 수 있는 정도의 실력과 여건이 된다면, 그리고 수능 수학을 공부할 마음이 있다면 해볼 만하다고 생각해요.
저의 경우, 3․6․9 모의고사를 치르기 전 각 월에 해당하는 3년치 기출문제를 풀어보며 주요 개념이나 공식을 정리한 것이 큰 도움이 되었어요. 교과서에 나오는 기본적인 함수 그래프는 반복해서 만지거나 젓가락 등을 활용해가며 개형을 바로바로 떠올릴 수 있도록 했고, 긴 수식이 필요한 문제들도 한소네에 적어가며 접근해보려 노력했지요. 이 과정에서 수학선생님들을 적극 활용했음은 물론이고요.
- 영어: 영어영역 역시 학원 등에서 문제풀이 스킬을 별도로 가르치고 있지만, 저는 선생님들이나 선배들의 조언을 참조했을 뿐 정식으로 풀이법을 배우지는 못했어요. 그래도 중학생 때 문법을 어느 정도 마스터해 둔 것이 도움이 되어, 고등학생이 된 뒤로는 상대적으로 공부 부담이 덜했던 과목이기도 하지요.(영어영역은 6개월만 빡세게 투자하면 성적 올리기 가장 좋은 과목이라는 말도 있더라구요.) 문법은 지문 독해의 기본이자 주요 출제 파트 중 하나인 만큼, 미리미리 공부해두고 문장구조 분석도 꾸준히 할 것을 권해요.
단어 암기는 따로 시간을 내기보다 자투리 시간을 활용하되, 직접 말하거나 써보기, 연상하기, 예문 참조하기 등 본인에게 맞는 암기법을 찾아 반복해서 외우면 더욱 효과적일 거예요. EBS나 복지관에 파일 혈태로 있는 단어장을 활용해도 좋고, 지문을 독해하면서 그때그때 모르는 단어를 정리해두는 것도 좋은 방법이에요. 물론 가장 확실한 암기법은 실제 지문에서 그 단어와 자주 만나 친해지는 것이겠지요.
- 한국사: 현재 한국사는 절대평가 방식으로 평가되고, 수능특강과 기출로 충분히 커버 가능한 범위 내에서 출제되고 있어요. 얼핏 보기에 양이 많아 부담될 수 있지만, 기출 분석을 해 보면 금방 알 수 있듯이 늘 나오는 개념 위주로 출제되지요. 그러니 (학교 수업으로 한국사 전체를 다룬 적이 있다는 전제 하에) 우선 기출 분석으로 포인트를 잡은 다음, 수능특강을 차근차근 풀어보며 좀더 새로운 유형에 익숙해지고, 감을 잃지 않도록 한 번씩 주요 사건이나 연도 중심으로 복습해 주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거예요.
- 사회탐구: 사탐은 특! 히! 평가원 기출 분석이 중요한 과목이에요. 연계교재에 녹아 있는 개념들을 평가원에서 어떻게 풀어내고 있는지 이해하면 정답률을 높이는 데 정말 도움이 되지요. 제 경우 생활과윤리는 김종익 선생님의 수능개념을, 세계지리는 이진웅 선생님의 내신 강의와 민병권 선생님의 수능특강을 들었는데, 세 분 모두 개념정리는 물론 교재 분석까지 꼼꼼히 해 주셔요. 특히 개념강의를 들을 때 주요 개념을 필기하면서 들으면 집중도 더 잘 되고, 수능 전 날 훑어보고 갈 수도 있어 유용하답니다.
- 제2외국어(일본어): 다른 많은 학생들과 마찬가지로, 저 역시 보험삼아 제2외국어를 신청했기에 공부법 자체에 대해서는 할 말이 별로 없네요. 정안인들이 상대적으로 아주 조금만 공부해도 글자 모양만 보고 찍어서 고등급을 맞기도 한다는 아랍어는 현재로서는 점역할 방법이 없고, 제2외국어 중 점역이 가능한 언어는 일본어와 스페인어뿐이라고 알고 있어요. 그나마 둘 다 잘하는 학생들이 꽤 많아서, 고등급을 목표로 한다면 제대로 공부해야 할 거예요. 그래도 제2외국어가 필수이거나 사탐과 대체가 가능한 학교들도 있으니 이 점 참고하고요.
- 교재 및 인터넷강의(이하 인강): 시중에 나와 있는 다양한 교재들을 접하고 싶은 생각도 있었지만, 수능연계교재와 평가원 기출, EBS 인강이라도 제대로 활용하자는 마음으로 수능을 준비했어요. 우선 수능연계교재는 주로 이얍(현 에듀에이블) 사이트에 탑재되는 파일을 다운받아 사용했고, 이미 시중에 나왔지만 업로드되지 않은 것들은 담임선생님을 통해 EBS 사이트에 제공되는 한글파일을 받아 공부했지요. 평가원 모의고사와 수능 기출은 모교로 점자 및 화면낭독프로그램용 파일이 전달되고 있었기에 그것을 받아 활용했고요. 인강은 스마트폰의 ‘EBS고교강의’ 앱을 통해 어렵지 않게 찾아 들을 수 있었어요. 그런데 중요개념 중 생소한 어휘를 놓치게 되는 경우가 많았기에, EBS 측에 상황을 설명하고 청각장애인용 자막을 한글파일로 받아 참고해 가며 강의를 들었지요.
- 기타: 만들 때는 정말 귀찮지만, 자신만의 오답노트나 단어장 등을 만들어두면 여러모로 유용해요. 헷갈리는 개념이나 반복해서 틀리는 문제를 쓰고 나름대로 해설을 달거나 왜 그런지 적다보면, 본인이 어느 부분에 취약한지 알 수 있는 것은 물론 자투리 시간이나 시험 직전에 복습하기도 좋지요.
한 가지 더, 종종 한 번에 한 과목씩이라도 스스로 모의고사를 치뤄보는 걸 추천해요. 특히 본인이 약하거나 자신 없다고 느끼는 과목이라면 더더욱요. 교재에 실려 있는 모의고사도 좋고, 평가원 기출을 활용해도 좋아요. 여기서 중요한 것은 ‘최대한 실제 시험과 같게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에요. 가급적이면 한 번도 풀어보지 않았던 문제들을, 해당 과목이 치뤄지는 시간과 비슷한 시간대에, 주어지는 것과 같은 시간 안에 풀되, 답안 작성이나 시험지를 보는 방식까지 최대한 수능과 유사하게 하는 것이지요. 이 방법은 특히 수능이 얼마 남지 않았거나, 학교 혹은 학원에서 모의고사를 볼 기회가 적은 후배님들께 도움이 되리라 생각해요.
저의 경우 조금 난이도가 있는 국어영역 1회분을 7개 정도 골라 미리 복지관에 점역을 맡겨두고, 책이 나오는 대로 교실이나 집에서 시간을 재고 점자지에 답을 써가며 풀곤 했답니다. 학교나 학원에서 모의고사를 본 후 시험지를 버리지 않고 모아 두었다가 재활용하기도 했고요. 한소네로 공부하는 것보다 더 현장감 있게 집중해서 풀 수 있다는 점이 좋았어요.
2. 수능 실전 후기
여느 수능 날처럼 유난히 바람이 차갑던 2018년 11월 중순의 어느 날, 저는 다섯 명 정도 되는 다른 전맹 학생들과 함께 서울맹학교의 한 교실에서 시험을 치뤘어요. 오전 8시 정각에 부랴부랴 시험실에 입실한 뒤, 8시 40분에 국어영역을 시작으로 밤 9시 43분에 제2외국어 시험이 종료됐고, 퇴실한 시각은 10시 전후였던 것으로 기억해요. 아직도 시험 전 날 불안하고 초조한 마음을 가라앉히려 애쓰며 사회탐구 필기를 보던 것과 잠자리에 들기 전 떨리는 손으로 준비물을 확인하던 것, 그리고 당일날 아침 배가 고파 체력이 딸리는 일은 없어야겠다 싶어 잘 넘어가지도 않는 밥을 꾸역꾸역 삼키던 기억이 생생하네요.
시험이 시작되기 전에는 소지품 검사와 수험표 및 시험 시간표 확인, 유의사항 전달, 답안지 배부 등이 이루어져요. 이때 본인이 소지한 모든 전자기기는 반납해야 해요.(물론 보청기와 인공와우까지 반납하지는 않았지만요.) 단, 수학 시험에서는 그때그때 수식을 메모할 수 있도록 한소네 사용이 허용된답니다. 또 본인이 신청한 경우 컴퓨터 사용은 언제든 가능하니, 문제를 풀거나 시간 보는 용도 등 필요에 따라 활용하면 돼요. 이외에 별도로 점판을 가져가거나 추가로 답안지를 요청하는 건 얼마든지 OK!
저의 경우 당일 점심은 학교에서 제공되었고, 간식으로는 소화 부담이 적고, 지나치게 부스럭거리거나 냄새가 심하지 않고, 꺼내 먹기 좋도록 통에 든 과자나 사탕, 초콜릿 등을 추천해요. 시험 중간에 뭔가를 먹는 것이 금지되지는 않지만, 옆 학생들에게 방해가 될 수 있고 상황에 따라서는 1분 1초가 아까운 만큼 되도록 쉬는시간에 먹는 걸 권하고 싶네요. 참, 시험장이 조금 추울 경우를 대비해 얇은 잠바나 무릎담요를 챙겨가는 센스도 잊지 않으면 더 좋겠죠?
참고로 영어영역 관련해 작은 실전 팁을 하나 드리자면, 듣기평가 안내방송이 나오는 동안 문제 번호를 미리 찍어두는 것도 좋아요. 저는 듣기평가가 진행되는 내내 스크립트와 문제지를 동시에 보며 답을 써야 했기에 정신이 없어 이 방법을 썼는데, 친구들 역시 방송 중간에 점자 찍는 소리가 방해되지 않아 좋다며 따라했더랬지욮
모든 실전이 그러하겠지만, 수능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페이스를 유지하는 거예요. 내가 어려우면 옆사람도 똑같이 어려울 가능성이 높고, 전 시험을 망친 것 같아 불안해도 그건 두고 봐야 아는 일. 우선 그 순간 최선이라도 다해 보자구요. 실제로 저는 목표한 등급이 나오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에 ‘이번 시험은 망해도 할 수 없다, 그냥 한 만큼만 보자’며 마음을 비우고 시험에 임했는데, 결과적으로 그게 좋게 작용한 것 같아요.
그런데 참 신기한 것이, 처음에는 몸이 떨리고 머리가 하얘질 만큼 긴장되다가도 점심을 먹고 영어시험을 칠 때쯤 되면 슬슬 졸음이 오기 시작해요. ‘모의고사 때야 그럴 수 있지, 아무리 그래도 실제 수능에서 어떻게 졸아?’ 그렇게 생각했는데, 적어도 제게 예외는 없더라구요. 그러니 며칠 전부터는 숙면을 취하고, 무리해서 공부하기보다 체력관리를 해둘 것을 권해요.
물론 당일 컨디션이 극도로 바닥을 칠 수도 있고, 너무 긴장한 나머지 시험장에서 울거나 기절하는 사례도 종종 있어요. 그렇기에 복통이나 두통에 시달리면서도 이를 악물고 공부했던 경험이 실전에 도움이 되었다는 이야기도 있지요. 저 역시 학원에서, 때로는 홀로 엄청난 심리적 압박감을 느끼며 몇 차례 모의고사를 치른 경험이 당일의 긴장감에 조금은 더 차분하게 대처할 수 있게 해준 또 하나의 연습 과정이 아니었나 싶어요.
3. 자기소개서와 면접
수험생일 당시의 저를 포함해, 특히 맹학교 후배들 중에는 자소서나 면접에서 이야기할 만한 활동이 상대적으로 빈약하다는 생각에 걱정하는 후배들이 많은 것 같아요. 하지만 아무리 멋지고 화려한 활동이라도 그것을 통해 자신이 무엇을 배웠는지, 어떻게 성장했는지, 주위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같은 것들이 드러나지 않으면 큰 의미가 없어요. 무조건 많은 활동을 나열한다고 해서 어필을 잘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요. 그러니 기회가 닿는 대로 다양한 교내활동을 시도하되, 합주부나 학생회 같이 조금은 평범한 듯한 활동이라도 의미를 찾고 스토리를 만들어내는 것이 중요해요.
저의 경우, 고3 초반부터 서울의 모 시각장애인 복지관 프로그램을 통해 조금씩 자소서를 써둔 것이 큰 도움이 되었어요. 처음에는 공통문항을 중심으로 작성하고, 자율문항은 여름방학 정도부터 본격적으로 준비했지요. 자율문항으로는 앞으로의 진로계획부터 독서 경험, ‘지원자를 선발해야 하는 이유’ 같이 조금은 당황스럽고 골치아픈 질문까지 다양하게 나오더군요. 그러니 아무래도 목표 대학이나 학과를 좀더 분명하게 정해놓으면 조금은 더 수월하게 써나갈 수 있겠지요. 자소서는 같은 사건이라도 몇 번 문항의 어느 단락에 배치하느냐, 무엇을 부각하느냐에 따라 관점이나 임팩트가 조금씩 달라질 수 있으니, 여러 번 고쳐쓰는 걸 두려워하지 말고 첨삭이나 피드백도 받아가며 차근차근 준비하면 좋겠어요.
저는 면접보다 수능 최저로 선발하는 전형에 많이 지원했기에, 따로 학원을 다니면서 면접을 준비하지는 않았어요. 다만 모교 선생님과 부모님의 도움을 받아 답변을 연습하고 인사법과 자세, 톤 등을 교정받았지요. 예상 질문은 자기소개 및 지원 동기, 해당 학교나 학과 홈페이지에 나와 있는 공통질문, 본인의 생활기록부와 자소서를 바탕으로 한 질문, 필요에 따라 시사나 최신 이슈 관련 질문 등으로 구상해볼 수 있어요. 또 제 경험상 답변이 잘 정리되지 않을 때 먼저 이를 글로 써보거나, 조금 어색하더라도 본인의 답변을 직접 녹음해서 들어보는 것도 큰 도움이 돼요. 시각장애인 인터넷 커뮤니티인 ‘아이프리’에 업로드되어 있는 면접 안내서도 참고했고요.
간혹 제시문 면접을 실시하는 학교들도 있는데, 정해진 시간 안에 주어지는 제시문을 읽고 문제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정리한 뒤 답변하는 방식이에요. 즉석에서 추가 질문이 나올 수도 있고, 교수님께서 방금 답변한 내용을 반박하실 수도 있어요. 제 경우 지원한 학교 중 딱 한 곳이 제시문 면접이었고(일반전형), 약 일주일 정도 해당 학교 사이트의 연습문제와 시중에 나와 있는 논술․제시문 면접 가이드를 참고해 준비했어요. 결국 최종 합격하지는 못했지만, 사전에 요청해 받았던 편의지원 내용을 간략히 적어볼게요.
우선 별도의 대기실과 감독관이 배정되었고, 제시문과 문제는 한글파일로 받았어요. 대학교 측에서 대여해 준 한소네의 인터넷과 블루투스를 끄고 LCD는 켜둔 상태에서, 제시문과 문제를 읽고 답변을 메모했지요. 이후 감독관님의 안내로 단말기를 가지고 면접장에 들어가 메모한 것을 보며 면접을 진행했어요. 대기실에서의 준비 시간이 연장되었던 것과 달리 면접 시간이 추가로 연장되지는 않았지만, 잘 듣지 못해 다시 질문드리는 경우 이는 카운트하지 않는 것으로 합의했지요.
면접을 연습하고 실전에 임하며, 대학교에 가기 전 처음으로 저를 전혀 모르시는 분들께 제 상황을 직접 설명하는 기회를 가져볼 수 있었다는 점에서 좋은 경험이었다고 생각해요.
마지막으로, 지면의 한계 때문에 이곳에 다 적지 못하지만 지금의 제가 있기까지 곁에서, 보이지 않는 곳에서 여러모로 애써주시고 도움을 주신 많은 분들께 정말 감사하다는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이 수기를 읽고 궁금하신 점이 있으시면 ‘first2god@gmail.com’으로 연락주세요.
언제나 여러분을 응원하고 있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등록일
- 2022-11-17